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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20화. 실전, 천재들의 독서법,사색 _ 이지성작가.

이뿐냉이 2010. 9. 15. 10:18

제20화. 실전, 천재들의 독서법_사색

 

동양의 천재들은 하나같이 진정한 인문고전 독서는 ‘사색’에 있고, 사색이 빠진 인문고전 독서는 헛것이요 가짜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자.

 

관자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그러면 귀신도 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귀신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극치다”라고 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고 했다. 맹자는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얻는 것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라고 했다. 주자는 “책을 읽는 방법은 다른 게 없다. 글을 숙독하면서 정밀하게 생각하라. 그렇게 오래도록 하다보면 깨닫는 게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성리학의 기틀을 마련한 중국의 정자는 “읽고 사색하지 않으면 어리석어진다”라고 했다.

 

서양의 천재들도 이구동성으로 인문고전 독서의 핵심은 단순히 눈으로 읽고 입으로 외우고 손으로 베껴 쓰는 게 아니라 마음과 영혼으로 읽어서 깨달음을 얻는 ‘사색’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의 창시자이자 귀납법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열렬하게 읽히고 있는 『학문의 진보』 『신기관』 『에세이』의 저자인 프랜시스 베이컨은 후학들에게 이렇게 권면했다. “독서는 오로지 사색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명예혁명의 주창자이자 300년 넘는 세월 동안 철학 분야에서 가장 뜨겁게 연구되고 있는 저서 중의 하나인 『인간오성론』의 저자인 존 로크는 이런 말을 남겼다. “독서는 단지 지식의 재료를 얻는 것에 불과하다. 그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사색의 힘으로만 가능하다.” 출간된 지 200년 넘게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연

구되고 있는 『프랑스 혁명에 대한 성찰』을 쓴 영국의 천재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왼쪽 그림)는 이렇게 지적했다. “사색 없는 독서는 전혀 씹지 않고 삼키기만 하는 식사와 다를 바 없다.”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읽고 끝없는 사색에 잠겼고, 사색의 와중에 머리와 가슴을 치는 깨달음들을 얻었다. 천재들은 그 깨달음들을 기록했다. 마치 여기저기 흩어진 채 빛나고 있는 진주알들을 하나의 실로 꿰어서 아름다운 목걸이를 만들듯이.

 

사색을 기록하는 방법은 1)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따로 준비한 종이나 노트에 즉시 적는다. 2)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책의 여백에 즉시 적는다. 3)책 한 장(章) 또는 책 전체를 읽고 사색한 뒤 그것을 독후감식으로 적는다,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첫번째 방식을 따른 천재는 중국 송의 천재 성리학자 장재(張載)와 우리나라의 천재 실학자 성호 이익과 서양의 천재 철학자 데카르트가 대표적이다. 장재의 집안 곳곳에는 벼루와 먹과 붓과 종이가 있었다고 한다. 사색을 하다가 실마리가 풀리거나 어떤 깨달음을 얻으면 그 즉시 기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그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기록을 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성호 이익은 책을 읽다가 이해가 잘 안 되거나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으면 이내 사색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깨우침이 있으면 붓을 들어서 바로 적었다. 참고로 말하면 그는 깨우침을 얻기 전에 사색을 그만두는 일이 결코 없었다고 한다. 성호는 이 방법을 통해 선대 학자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경지에 도달하는 일이 많았고, 결국 자신만의 학문을 정립했다. 데카르트는 사색을 통해 서양 근대 철학을 탄생시킨 사람이다. 그는 젊은 시절 자기 자신의 내면과 세상의 사물들의 본질에 관해 깊이 사색하기로 결심했고 그 결과 새로운 철학을 창시했다. 데카르트는 침대에 오래 누워 있기로 유명한 사람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직업군인이었을 때조차 오전 11시까지는 어김없이 침대에서 누워 있었다. 사색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데카르트가 침대에서 일어날 때가 있었다. 사색을 하다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 노트에 즉시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두번째 방식을 따른 천재는 볼테르와 바흐가 대표적이다. 볼테르는 출간된 지 3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캉디드』의 저자이다. 그의 인문고전 독서법은 책을 읽다가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책의 여백에 즉시 적는 것이었다. 매우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졌던 탓에 그가 책의 여백에 남긴 메모들은 철학적 깊이가 풍부한 것들도 있었지만 “이건 정말 바보 같은 말이야!”라든가 “정말 재미없군!” 같은 순간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들도 많았다고 한다.

 

천재 음악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책이 정말 귀했던 그 시절에 루터 전집 경매행사가 열리자 연봉의 10분의 1에 달하는 거액을 제시하면서 뛰어들었을 정도로 인문고전을 구입하고 소장하는 일에 열정을 발휘했던 전형적인 인문고전 마니아였다. 그는 개인 도서관에 당시로서는 엄청난 숫자에 달하는 신학고전들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그가 읽은 책에는 각 페이지마다 무수히 많은 밑줄이 그어져 있고, 여백에는 예외 없이 치열한 사색의 흔적인 메모가 잔뜩 적혀 있었다고 한다.

 

세번째 방식을 따른 천재는 다산 정약용과 도스토옙스키가 대표적이다. 다산 정약용(왼쪽 동상)이 『퇴계집』을 읽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면 바로 세수를 한 뒤 『퇴계집』에 실린 편지 한 편을 읽었다. 그리고는 오전 내내 그 내용을 깊이 음미하면서 사색했다. 하여 마침내 사색을 마치고 깨달음을 얻으면 그 내용을 자세히 기록했다. 후일 다산은 그 기록을 모아서 『도산사숙론』이라는 책으로 엮였다. 도스토옙스키는 10대 시절부터 거의 미쳤다고 생각될 정도로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타키투스, 플루타르코스, 호머, 셰익스피어, 단테, 괴테, 실러, 칸트, 헤겔 등 문학ㆍ역사ㆍ철학고전을 읽어 치웠고 사색 또한 그렇게 했다. 그렇게 질풍 같은 독서와 불같은 사색을 마치고 나면 그는 마치 열에 들뜬 사람처럼 그것을 기록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색 독서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글자 하나를 놓고 깊이 사색하는 다산 정약용의 격물(格物) 독서법 소개하면서 이 글의 문을 닫도록 하자. 다산은 어느 날 깊은 사색 없이 책만 읽는 것은 설령 하루에 백 번 천 번 반복해서 읽더라도 전혀 독서하지 않은 것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단 한 권의 인문고전을 읽고도 그 책의 의리(義理)를 환하게 꿰뚫게 되어 마치 수백 권의 인문고전을 읽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독서법을 깨달았다.

 

그것은 책을 읽는 도중에 그 뜻을 알기 어려운 글자를 만나면 그 글자의 근본을 터득하고 그 글자가 속한 글의 전체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그 글자를 널리 고찰하고 자세하게 연구하는 것이었다. 즉 자신이 잘 모르는 글자의 어원을 공부하고, 여러 책에서 그 글자가 사용된 문장들을 뽑아서 따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독서법이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이 독서법을 하나의 사물을 끝까지 사색하고 탐구하여 그 이치를 깨달은 뒤 다음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고 깨우치는 일로 넘어가는 주자의 격물 공부와 같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기: 자객열전』에 나오는 ‘기조취도(旣祖就道)’라는 구절의 ‘조(祖)’자를 예로 들어 그 독서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1. 자서(字書) 즉 한자 사전에서 ‘조(祖)’의 본뜻을 찾는다.

2. 자서에 있는 것을 근거로 다른 책들은 ‘조(祖)’라는 글자를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상세히 고찰한다.

3. 다른 책들에서 언급된 ‘조(祖)’의 근본 뜻과 지엽적인 뜻을 뽑는다.

4. 『통전通典』 『통지通志』 『통고通考』 등의 책에서 조제(祖祭)의 사례를 모아 책으로 만든다.

 

『논어』를 원전으로 읽다가 ‘서(恕)’라는 글자를 만났는데 처음 보는 글자라 그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다산의 격물독서법은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인터넷에 접속해서 대형 포털 사이트로 들어간다.

2. 한자 사전 검색창에 ‘서(恕)’를 쳐서 뜻을 알아본다.

3. 책 검색창에 ‘서(恕)’를 치고, 본문검색을 클릭한 뒤 인문 분야를 클릭한다. (실제로 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았더니 143권의 책이 떴다. 그중 9권은 인문고전이었고 나머지는 해설서였다.)

4. 『맹자』 『중용』 『순자』 『한비자』 『채근담』 『논어집주(주자)』 『소학』 『근사록』 『분서』 같은 인문고전에서 ‘서(恕)’가 언급되었음을 확인한다.

5. 위 원전들을 구해서 읽어보고, 각 원전에서 ‘서(恕)’를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가를 상세히 고찰한다.

6. 각 원전에서 ‘서(恕)’에 관해서 언급한 부분, 각 원전에서 사용한 ‘서(恕)’의 본래 의미와 지엽적인 의미를 뽑아서 노트에 정리한다.

 

*5,6번 작업은 본문검색을 할 때 뜨는 해설서를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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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지성 작가의 『인문고전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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