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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18회. 천재들의 독서법: 읽다가 죽어버려라!_ 이지성 작가.

이뿐냉이 2010. 9. 15. 10:17

제18화. 천재들의 독서법: 읽다가 죽어버려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는 태도부터 남달랐다. 그들의 독서 태도는 무시무시한 열정과 집중으로 요약될 수 있다. 서애 류성룡이 관악산에서 맹자를 읽을 때의 일이다. 그는 물 긷고 밥 짓는 시동 하나만 데리고 빈 암자로 들어가 전투적으로 독서했다. 어느 날 밤 방문 앞에 이상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 그림자는 맹수 같기도 했고 도둑 같기도 했다. 그것은 꽤 오랜 시간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서애의 독서를 방해했지만 서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몸은 암자에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책 속에 들어가 바깥세상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남명 조식(왼쪽 그림)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의관을 단정히 갖추고 자리에 앉아서 독서했는데 온종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서 사람들이 조각상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평생 이런 독서 습관을 유지했다. 한편으로 그는 검을 몸에 차고서 독서한 것으로 유명했다. 아마 그는 이런 각오를 했던 것은 아닐까. 만일 조금이라도 나태하게 책을 읽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나는 이 검으로 나 자신을 베어버리리라.

 

성호 이익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어머님과 오랫동안 이별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독서하라.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사람처럼 질문하고 토론하라.” 성호에게 책은 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다산 정약용(오른쪽 그림)은 이런 고백을 남겼다. “유배지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 창문을 닫고 밤낮으로 혼자 외롭게 살았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런 상황이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독서할 여유를 얻었구나’ 하면서 기뻐했다.” 다산에게 독서는 패가망신한 자신의 처지를 도리어 행운으로 여기게 할 정도로 소중한 그 무엇이었다. 그는 독서를 자기 자신보다 더 귀하게 여긴 사람이었다.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은 중국의 천재 시인 도연명은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그대로 책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는 먹고 자는 것까지 까맣게 잊은 채 책 속에서 빠져나올 줄을 몰랐다. 그에게 독서는 단순히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아는 것이 아니었다. 책 세계의 주민이 되어 그곳에서 사는 행위였다.

 

알렉산더 대왕이 서른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손에는 『일리아드』가 들려 있었다. 아마도 그는 부하들과 백성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나는 인문고전 독서로 얻은 특별한 두뇌의 힘으로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내가 이룩한 대제국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거든 나처럼 독서하다가 죽어라!”

가장 위대한 교부철학자로 평가받는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암브로시우스의 독서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글을 남겼다. “책을 읽는 그의 곁에는 누구도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손님들조차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의 두 눈은 책장을 뚫어버릴 듯 했고, 그의 가슴은 두 눈이 읽는 각 구절의 의미를 무서운 기세로 파악하고 있었다." 암브로시우스는 천재 중의 천재인 아우구스티누스가 감탄할 정도로 위대한 독서를 했기에 로마 황제들의 잘못을 꾸짖고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기독교고전 중의 고전인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쓴, 서양의 독서가들이 최고의 모범으로 꼽는 독서가인 토마스

아 캠피스는 제자들에게 책 읽는 법을 이렇게 가르쳤다. “책을 손에 쥘 때는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입 맞추려고 할 때처럼 하기를, 책 읽기를 마치고 나면 하나님의 입을 통해 나온 그 모든 단어들에 감사를 표하기를.” 그에게 독서는 예배의 연장이었다.

 

톨스토이(왼쪽 그림)는 장자크 루소의 책을 만나고 감동한 나머지 그의 초상이 새겨진 메달을 구해서 목에 달고 다녔다. 루소와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고 싶어서였다. 그는 루소의 영향을 받아 대학까지 중퇴해버리고 말았는데, 후일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진짜 공부(인문고전 독서)를 하기 위해서였지.”

 

버지니아 울프(아래 사진)는 자신의 시각으로 인문고전을 읽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녀는 그리스 고전을 읽을 때는 고대 그리스인의 시각으로, 라틴 고전을 읽을 때는 고대 로마인의 시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그녀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개인교사를 고용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공부는 20년 넘게 계속되었다. 버지니아 울프 연구가들은 말한다. 그녀는 그리스 로마 고전을 ‘읽었다’라기보다는 ‘먹어치웠다’고. 버지니아 울프에게 인문고전 독서는 단순한 책 읽기가 아니었다. 일생일대의 사명이었다.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 태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독서하다가 죽어버려라!” 정도가 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토록 무서운 각오로 독서했던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천재들의 평범함에서 찾고 싶다. 천재들은 자신이 평범한 두뇌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이는 다음 고백들과 일화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은 『성리대전』을 읽고 집현전 응교 김돈에게 고백했다. “내가 한 번 읽어보았는데 책의 의미를 쉽게 탐구할 수 없었다. 너는 유념하고 읽어서 나의 질문에 대비하라.” 세종대왕은 신하에게 일종의 독서과외를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세종대왕이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다면 굳이 신하에게 이런 부탁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 번 읽고서 그 모든 뜻을 통달했을 테니까. 이렇게 놓고 보면 그의 백독백습도 이해가 된다. 그는 평범한 두뇌를 가졌기에, 그 정도로 미친 듯이 독서해야 비로소 그 의미를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퇴계 이황은 젊어서 인문고전 독서에 힘썼는데 그 방법을 알지 못해서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병까지 얻었고, 몇 년 동안 책을 손에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우암 송시열(왼쪽 그림)은 맹자 호연지기장을 읽다가 자신의 무능력과 한계를 절감했다. 그는 후일 당시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보면 볼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나무토막 같았다.……짜증이 났고 식은땀까지 났다.” 결국 그는 호연지기장을 무려 500번 넘게 읽는 방법을 택했지만 끝내 깨달을 수 없었다고 한다.

 

고봉 기대승은 청년 시절 이렇게 고백한 바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가훈을 받아서 공부했다. 지금쯤은 어떤 성취를 이루어야 하는데 나의 기질이 범상하여 어릴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리석으니 한스럽다.”

 

일두 정여창은 『소학』 한 권을 30년 동안 읽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나는 자질과 능력이 남들보다 못한 사람이다. 때문에 전심전력을 다해 독서하지 않으면 털끝만한 효과도 얻기 힘들다.”

 

담헌 홍대용은 이렇게 말했다. “인문고전을 처음 접할 때면 누구인들 힘들고 괴롭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구차하게 편안한 독서만 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내던지는 결과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

중세 아라비아의 천재 학자 아비세나(Avicenna)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이해하고픈 나머지 마흔 번 넘게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그 의미를 아는 데 실패했다고 전해진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오른쪽 그림)은 기본적인 서양고전인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과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읽다가 심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그는 마음자세부터 새로 고쳤고 온 정성을 다해 독서했다. 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아서 수시로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하트마 간디가 자서전에서 한 고백은 충격적이다. “어느 날의 일이다. 친구가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론』*을 읽어주었다. 나는 매우 당황했다.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친구가 책의 내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팔을 휘휘 저으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내 능력으로는 그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존 스튜어트 밀이 인문고전 독서를 매우 힘겨워했다는 사실은 책의 서두에서 자세히 밝힌 바 있다.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대하고서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앞에서 언급한 남다른 독서 태도, ‘독서하다가 죽어버려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천재들의 남다른 독서태도는 어떻게 구체화되었던 걸까. 내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반복독서-필사-사색’이었다. 앞으로 하나씩 살펴보자.

 

*벤담은 『도덕과 입법의 원리서설』에서 공리주의를 말했다. 아마도 간디는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서전에 『공리주의론』이라고 하였기에 그대로 따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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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지성 작가의 『인문고전 독서법』
글쓴이 : 인문고전 독서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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