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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14회. 가장 훌륭한 『논어』 독서법은? _ 이지성 작가.

이뿐냉이 2010. 9. 15. 10:14

제14화. 가장 훌륭한 『논어』 독서법은?

 

최고의 경영자는 본질경영, 전략경영, 인재경영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본질경영과 전략경영의 완벽한 교과서가 플라톤의 『대화편』과 『손자병법』이라면 인재경영의 그것은 『논어』다. 이는 우리나라 최고경영자들이 인재경영 필독서로 『논어』를 가장 많이 꼽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논어』의 주인공 공자는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불굴의 의지로 무장한 자기계발의 화신이었다. 그는 명문 학자 집안이 아닌 하급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것도 서자(庶子)로. 나이 일흔 즈음에 공자를 얻고 행복해하던 아버지는 공자가 세 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공자는 생계를 위해 가축관리, 창고지기, 정원지기 등의 일을 해야 했다.

 

출생신분, 가정환경, 직업 등을 놓고 볼 때 공자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원초적인 자기계발인 ‘공부’에 집중했고, 이를 통해 한 국가의 정점에 서는 인물로 성장했다. 공자의 자기계발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충실히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가 노나라의 대사구(大司寇, 오늘날로 치면 법무부 장관)가 된 지 3개월째의 일이다. 관리들은 공명정대와 청렴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문화를 만들었고, 상인들은 저울을 속이던 관행을 스스로 없앴다. 정치와 경제가 투명해지자 사회 질서는 저절로 바로잡혔다.

 

치국에 성공한 공자는 노나라를 통해 평천하를 이루고자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자의 꿈은 제나라 군주가 노나라 군주에게 선물한 80명의 미녀와 120필의 명마로 인해 무너지고 말았다. 주색잡기에 빠진 노나라 군주는 바른 정치를 추구하던 공자를 막다른 길로 내몰았고 결국 공자는 노나라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공자에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공자는 인(仁)과 예(禮)로써 세상을 구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천하를 주유했다. 그 와중에 굶어죽을 뻔도 했고 살해당할 뻔도 했지만 그럴수록 공자는 뜨겁게 불타올랐다. 마치 어두울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별처럼.

 

13년에 걸친, 불가능을 향한 공자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공자의 영혼마저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천하주유를 접고 노나라로 돌아온 공자는 새로운 꿈에 들떴다. 그것은 인재양성을 통한 세상의 구제였다. 그는 무수히 많은 ‘작은 공자’를 만들어서 천하를 혁명적으로 바꾸고자 했고, 이를 위해 귀족의 자녀들만 공부할 수 있었던 당시의 관습을 타파하고 평민의 자녀들을 대거 제자로 받아들였다. 공자의 밑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던 제자들은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서 세상으로 나갔고, 공자가 꿈꾸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내던졌다.

 

『논어』는 ‘지도자’를 위한 책이다. 기업 지도자 즉 최고경영자가 『논어』를 애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1. 삼성그룹 창업주와 현대그룹 창업주이병철과 정주영의 경영필독서는 『논어』였다.

2. 삼성그룹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변화시킨 이건희는 창업주 이병철에게 단 한 권의 책을 물려받았는데, 『논어』였다.

3.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논어』의 한 구절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에서 얻은 깨달음을 토대로 포스코의 기업문화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기업문화는 ‘신나게, 즐겁게, 통통 튀게’ 정도로 요약될 수 있겠다.

 

4. 코오롱그룹 부회장 민경조는 『논어』를 1,000번 이상 읽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말단 샐러리맨으로 시작해서 CEO가 되었는데, 코오롱건설 대표이사 시절 『논어』를 기반으로 한 경영을 펼쳤다. 그 7년 동안 코오롱건설은 설립 이래 최고실적인 1조원 대의 매출을 올렸다.

5.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은 『논어』의 ‘안연’편을 자신이 추구하는 윤리경영의 토대로 삼고 있다.

6. 중국 진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노재만 베이징 현대자동차 사장은 『논어』의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7. (주)동주 회장 조병두는 일흔 살의 나이에 『논어』의 인간경영론과 현대 기업경영에서의 활용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어』를 읽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논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다음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1. 공자는 『논어』를 직접 쓰지 않았다. 『논어』는 공자 사후 그의 제자들이 공자의 말을 편집해서 엮은 것이다. 공자가 직접 편찬한 여섯 권의 책있다. 육경(六經)이라고 불리는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악경, 춘추다. 이를 읽는다. (성리학의 창시자 주자는 유학의 ‘도’가 ‘요-순-우-탕-문왕-무왕-주공-공자’ 순으로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이 7명의 군자에 대한 이야기는 『서경』에도 있지만 사마천의 『사기: 본기』에도 있다. 때문에 『사기: 본기』를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

2. 『논어』를 읽는다.

3. 증자는 공자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그 가르침을 담은 책 『대학』을 읽는다.

4. 자사는 증자의 제자이자 공자의 손자다. 그가 저술한 책 『중용』을 읽는다.

5. 자사의 제자이자 유가에서 공자 다음 가는 사상가인 맹자의 『맹자』를 읽는다. 참고로 말하면 『논어』 『대학』 『중용』 『맹자』를 일러 사서(四書)라 한다.

6. 동양의 아리스토텔레스라고 불리는, 성리학자들에 의해 유교의 이단이라는 평가를 받은, 그러나 맹자보다 더 뛰어난 유가 사상가라는 평가 또한 받은 순자의 『순자』를 읽는다. 참고로 말하면 대표적인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와 진시황의 두뇌였던 이사가 순자의 제자였다.

7. 비록 유학을 지배 계급의 통치이론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공자의 사상을 공부할 때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인물인 동중서의 『춘추번로』를 읽는다.

8. 정치이념으로 전락해버린 『동중서』는 물론이고 맹자와 공자에까지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던 유가 사상가인 왕충의 『논형』을 읽는다.

9. 북송오자(北宋五子)라 불린, 성리학의 창시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주돈이의 『태극도설』『통서』, 소강절의 『황극경세서』와 『관물외편』, 정호․정이 형제의 『명도문집』 『어록』 『이정유서』와 두 형제의 글을 주자가 편집한 『하남정씨문집』과 『하남정씨유서』, 장재의 『정몽』 『횡거역설』 『서명』, 주자(주희)의 『근사록』 『주자문집』 『주자어류』 『논어집주』 『역학계몽』 『태극해의』를 읽는다.

10. 실질적으로 주자가 창시한 『성리학』과 쌍벽을 이루는 『양명학』의 창시자 왕수인의 『전습록』을 읽는다.

11. 유학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사상가였던, 유교의 반역자라고까지 불린 이탁오(이지)의 『분서』를 읽는다.

12. 성리학의 리(理)를 비판하는 기(氣) 철학의 완성자라고 불리는 대진의 『맹자자의소증』 『원선』을 읽는다.

13. 우리나라 성리학 역사에서 기 철학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탐구했다고 평가받는, 중국 『사고전서』에 개인 저서가 수록된 유일한 우리나라 학자인 서경덕의 『원리기』 『이기설』을 읽는다.

14.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열렬히 연구되고 있는 위대한 유학자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 『자성록』 『언행록』 『퇴계선집』 『전습록논변』 『퇴계와 고봉간의 편지 모음집』을 읽는다.

15. 퇴계 이황에 이어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대유학자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 『동호문답』 『성학집요』 등을 읽는다.

16.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학자 정약용의 『논어고금주』 『맹자요의』 『중용자잠』 『대학공의』를 읽는다.

 

*선택사항: 공자는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인 관중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관중은 제나라의 환공으로 하여금 천하를 바로잡도록 보필했다. 덕분에 백성들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은혜를 입고 있다. 만일 관중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오랑캐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물론 공자의 사상은 관중의 그것과 다르다. 공자는 유가의 시조이고 관중은 법가의 시조이기 때문이다. 허나 위의 글을 놓고 보면 공자가 관중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때문에 나는 관중의 '관자'를 읽을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이는 선택사항으로 하고 싶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공자와 관중은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면 관중은 제갈공명이 가장 존경한 인물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순서는 이지성의 『논어』 독서법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가장 훌륭한 『논어』 독서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코오롱 그룹의 민경조 부회장처럼 『논어』를 천 번 넘게 읽는 것일 수도 있고, (주)동주의 조병두 회장처럼 『논어』를 연구주제로 삼아 논문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논어』를 애독하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아니다. 가장 훌륭한 『논어』 독서법은 아마도 아래의 대화에 나오는 공자의 대답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삶일 것이다.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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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지성 작가의 『인문고전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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