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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11회. 철학하는 세포를 가져라! _ 이지성 작가.

이뿐냉이 2010. 9. 15. 10:11

제11화. 철학하는 세포를 가져라!

 

이외에도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삶을 조사해보면 1)독서광이다 2)최고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가다, 라는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실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 왜 세계적인 투자자가 없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1)독서하지 않는다 2)인문고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 기법이나 매매 기법을 다룬 책들은 다들 열심히 읽는다. 하지만 그것은 ‘독서’라기보다는 ‘재테크 공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들은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관점에서 보면 고작해야 푼돈 버는 기술이나 가르쳐줄 뿐이다.

 

아서 클라크는 투자회사 아서 D. 클라크 앤드 컴퍼니의 경영자로 연간 복리 수익률 17.6%(1985년 이후)를 기록한 성공한 투자자이다. 그는 워런 버핏 연구가이기도 한데 버핏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워런 버핏과 밀턴 프리드먼과 소크라테스를 동급으로 봅니다……”

아서 클라크의 이야기는, 그 자신의 말한 것처럼, 이상하게 들린다. 소크라테스는 철저하게 비물질적인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에 도착한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월스트리트와 시카고 대학으로 가서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들이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사는 것은 진리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설파할 것이다. 아서 클라크는 소크라테스의 이런 성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소크라테스와 밀턴 프리드먼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는 이상한 이야기를 했던 걸까? 나는 그가 소크라테스의 삶이나 사상을 말한 것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태도를 말한 것이라 생각한다.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태도는 곧 철학자의 사고방식인데 그 핵심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고방식은 필연적으로 군중의 사고방식과 반대된다.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군중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중은 철학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고, 철학자는 군중 속에서 평생 외롭게 살아가거나 은둔하게 된다.

 

철학자의 사고방식은 역설적이게도 철학자가 경멸하는 돈의 영역에서도 빛을 발한다. 어떤 독자들은 이 말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세상의 모든 거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이, 돈은 이상하게도 군중이 가지 않는 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는 곧 군중이 가지 않는 곳을 탐험하는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누가 군중이 가지 않는 곳을 갈까? 당연히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철학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부자의 사고방식의 지향점은 철학자의 그것과는 판이하지만.

 

철학자들이 경제학을 만들었다. 즉 경제학자들은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는 철학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만든 경제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군중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만이 승자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경제학자들이 만든 자본주의 시스템의 최고 승자라고 할 수 있는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성공비결로 하나같이 ‘철학’을 드는 까닭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의 부동산 재벌이라고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사진)가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에서 털어놓은 다음 말을 들으면 앞의 이야기들이 좀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책을 특히 즐겨보는데 그는 자신의 양심이 믿는 바를 따를 것을 강조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혼자 힘으로 생각하라는 것인데 나는 그 철학에 동의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선명한 사고(思考)에는 필수적이며 어떤 종류의 집단 심리에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군중과 다르게 투자하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유의 이야기는 사실 매우 식상한 것이다. 거의 모든 투자 서적과 재테크 서적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워런 버핏을 비롯한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입만 열면 군중에게 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즉 과거와 다르게 오늘날의 군중은 “시장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투자 격언을 “보행자는 파란 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라는 말처럼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군중은 왜 정작 투자시장에 들어가면 자신이 아는 바와 다르게 행동하는 걸까? 그 결과 그나마 모아둔 돈마저 합법적으로 털려버리고 마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의 군중은 과거의 군중과 마찬가지로 인문고전 독서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이나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가 존재해야 한다. 철학하는 세포는 오직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군중은 재테크 서적은 읽어도 철학고전은 읽지 않는다. 즉 군중의 두뇌에는 ‘철학하는 세포’가 없다. 그 결과 투자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그동안 귀에 딱지가 내려앉도록 들은 ‘시장과 다르게 사고하라’는 말을 순식간에 망각하고 자신의 재산을 ‘철학하는 세포’를 가진 세계적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바치고 마는 것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비롯한 진정한 투자의 구루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월스트리트 식의 금융시장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탐욕으로 가득 찬 소위 금융 전문가들과 그들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따르는 구름 같은 군중의 행렬을 과감히 무시하고 오히려 그들이 죽는 길이라고 한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라고 애가 타도록 말해왔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실적을 선보임으로써 자신들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왔다. 만일 누구라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들이 애독한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들의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는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책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베스트셀러 또한 단점이 있다. 감동과 지식은 줄 수 있으되 지혜는 줄 수 없다는. 베스트셀러 자기계발 서적은 독자에게 불같은 열정과 폭풍 같은 도전을 던져준다. 베스트셀러 소설은 독자의 마음을 고양시키고 감동의 물결에 젖게 한다. 베스트셀러 경제경영 서적은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미래감각을 길러준다. 베스트셀러 인문교양 서적은 독자로 하여금 지적 만족감과 지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베스트셀러 재테크 서적은 돈을 버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서양의 천재 경제학자들이 만든,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무엇이 될 수 있는, 미국형 자본주의를 아름답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으면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다.

 

지혜는 책 속에 있지 않다. 지혜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한다. 세상에는 소위 인문고전 마니아라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어떤 교수들은 평생 인문고전만 파고든다. 하지만 그들의 독서는 세상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들은 인문고전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을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우는 대신.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공부를 뜻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교수들이나 존 템플턴, 피터 린치 같은 투자자들은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운 사람들이다. 치열한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두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를 만든 뒤, 그 세포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월스트리트 금융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은 사람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바로 그런 교수, 그런 투자자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의 젊은 부자들』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 중에 직접 만난 젊은 부자들은 한결같이 독서광이었다.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한다는 핑계는 가난한 자들의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들은 강조했다. ……필자는 젊은 부자들에게 ‘반드시 집에 가지고 있어야 할 책 3권’과 그동안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크게 감명을 받은 책 3권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놀랍게도 한국의 젊은 부자들은 인문고전을 골랐다. 대표적으로 『사기열전』 『로마제국쇠망사』 『‘일리아스』 『오디세이』『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선정했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는 큰 희망과 깊은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큰 희망은 언젠가는 그들 중에서 조지 소로스 이상 가는 인문고전 독서가가 나와서 우리나라 금융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리라는 기대에서, 깊은 안타까움은 그들의 인문고전 독서 수준이 심히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그들이 지금부터라도 인문고전 독서에 목숨을 걸기를 원한다. 하여 한국의 젊은 부자에서 세계의 젊은 부자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인문고전 독서와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했다. 나는 ‘돈’이 사람의 행복을 위해 발명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슬프게도 돈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역할을 더 많이 해온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세상에 돈을 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은 아닐까? 인문고전은 비록 현대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인문고전 저자들은 하나같이 돈은 사람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여기서 현대 자본주의의 희망을 보았다. 자본주의는 결국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문고전 저자들의 믿음에 걸맞은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조지 소로스, 존 템플턴, 워런 버핏 같은 자본주의의 승자들은 나의 희망이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들은 돈은 인간을 섬기기 위해 주어진 것이라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재산을 기부하고 있다.

 

당송 팔대가 중 한 명인 왕안석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貧者因書富 富者因書貴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이 말대로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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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지성 작가의 『인문고전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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