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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9화. 자본주의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길 _ 이지성 작가

이뿐냉이 2010. 9. 15. 10:10

제9화. 자본주의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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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되고 싶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열두 살이 되던 해부터 철학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비록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책도 끝까지 읽은 책도 거의 없었지만 소년은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사고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청년이 된 소년은 자본주의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런던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약 9년간 패배자로 살았다.

 

청년은 런던 빈민가를 전전하면서 접시닦이, 웨이터, 페인트공, 농장 노동자, 통조림 공장 공원, 마네킹 공장 공원, 수영장 안내원, 철도역 짐꾼 등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접시닦이를 했을 때는 웨이터한테 “좀 열심히 살아라. 그러면 언젠가는 내 조수라도 될 수 있을 거다”라는 말을 수시로 들었고, 마네킹 공장에서 일했을 때는 마네킹 가발을 제대로 못 붙인다는 이유로 구박받다가 결국 해고당했고, 철도역 짐꾼으로 일했을 때는 무거운 짐을 부주의하게 나르다가 다리가 짐에 깔려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고 육체노동은 더이상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청년은 친구의 친구를 졸라서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관리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이내 다른 부서로 쫓겨났다. 지독할 정도로 일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옮겨 간 부서에서도 같은 이유로 금세 쫓겨났고, 그렇게 온갖 부서를 돌다가 최종적으로 한 영업사원의 조수로 발령받았다. 그리고 얼마 뒤 대학생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았다. 그녀는 그를 버리면서 말했다. “이제는 나에게 어울리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

 

자신에게 닥친 모든 불행이 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 청년은 자본주의의 승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금융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좋은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청년은 상사들이 시키는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잠시 유명 투자가의 조수로 발탁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지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내 해고당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증권 분석사 자격증 시험에서도 떨어지고 말았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런 실패의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청년이 온 힘을 다해 철학고전 독서를 했다는 점이

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에라스무스, 마키아벨리, 홉스, 베르그송 같은 천재 철학자들의 저작을 마치 고시를 준비하듯 빈틈없이 공부했고, 자신을 소크라테스의 사도라 칭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인 칼 포퍼에게 편지를 보내 개인지도를 요청할 정도로 철학 공부에 열의를 보였다. 그의 뜨거운 철학 공부는 9년간의 런던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간 뒤에도 계속되었다. 그는 뉴욕의 한 금융회사에 입사했는데, 근무중에도 시간만 나면 철학 서적을 읽었고 퇴근한 뒤에는 아예 철학 서적에 묻혀 살았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신이 고용한 철학과 대학원생에게 철학 과외를 받았고, 때때로 밤을 지새우면서 철학 논문을 썼다.

 

1992년 10월 어느 날 그는 세계 금융계의 황제가 되어 영국 땅을 밟았다. 비참한 패배자로 런던을 떠난 지 약 36년 만이었다. 그는 파운드화의 가치가 폭락하는 순간을 노려 영국 중앙은행에 도전했는데 1주일 만에 무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특이한 사실은 영국 정부는 그를 비난했지만 영국 국민들은 그를 환영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그의 행위가 궁극적으로 영국 경제를 안정시켰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지 소로스다.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성공비결을 ‘철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서 『금융의 연금술』 등에서 고백했다.

“나는 철학자의 눈으로 금융시장을 보았고 그 결과 과열과 폭락에 관한 반사성 이론 등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철학적 사고로 얻은 이론을 금융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나는 거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철학적 사고를 통해 얻은 이론들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 나는 주가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었다.”

“(철학적 사고로 주식시장을 바로 본) 그것이 바로 내가 남들보다 크게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조지 소로스는 지금도 철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철학 논문을 쓰고 있고, 세계적인 철학자들을 자택에 초대해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금융 황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보면 최초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탈레스의 일화가 나온다. 그는 비난받았던 것 같다.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철학한다고. 그래서 결심했던 것 같다. 철학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이를 위해 그는 철학적 사고를 잠시 경제적 사고로 전환시켰던 것 같다. 그는 기후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서 이듬해 올리브 농사가 대풍작이 들 것을 예견했다. 이어 수중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돈을 보증금으로 내걸고 키오스와 밀레토스에 있는 올리브기름 짜는 기구를 전부 임차했다. 그때가 겨울이었기 때문에 아주 싸게 빌릴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래지 않아 올리브 수확 철이 다가왔고, 그는 자신이 빌려둔 기구들을 높은 가격에 임대해서 순식간에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최초의 철학자는 최고의 경제인이었다.

 

우리는 철학이 경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지 소로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철학 그 자체는 경제와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적 사고가 경제에 적용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철학은 경제를 지배해버린다. 그것도 아주 쉽게. 이유는 경제활동이 곧 두뇌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장 쉽고 가장 빠르게 버는 사람들이 월스트리트에 몰려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 그곳은 세계 최강 두뇌들이 모인 곳 아닌가. 월스트리트의 꼭대기에는 놀랍게도 철학고전에 정통한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철학고전은 사람의 두뇌를 차원이 다른 무엇으로 바꾸어버린다. 사고의 수준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 철학고전 독서로 다져진 두뇌는 시장의 본질을 본다. 일반적인 독서만 한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볼 수 없는 그 무엇을 본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에 맞게 전략을 짜고 실행한다. 그 결과는 인간의 수준을 초월한 이익의 실현이다.

 

서점에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피터 린치, 짐 로저스 등 자본주의 세계의 최고 승자인 사람들의 투자 비법이 담긴 책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의 책을 죽어라고 읽고 그들의 비법을 열심히 따라한 사람 중에 놀라운 이익을 실현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열한 인문고전 독서로 두뇌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뒤에 터득한 투자의 비결을 담은 그들의 글을 인문고전 독서가 전무한 두뇌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투자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인문고전 독서법을 다루는 책에서 갑자기 자본주의니 부자니 투자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반감을 갖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인문고전은 사람답게 사는 법을 깨우치기 위해서 읽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펼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마음 이해한다. 사실 나도 자본주의니 부자니 투자니 하는 말을 싫어한다. 그리고 인문고전 독서의 본래 목적은 당연히 인간답게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세상에는 인문고전 독서에서 얻은 통찰력과 사고력을 ‘돈’과 관련된 쪽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이 세계 경제학계와 금융계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것을.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돈’이 전부인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나쁜 의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름대로 잘살던 사람을 한순간에 노숙자로 전락시키는 이 악한 시스템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힘 정도는 가져야 한다. 그러니 설령 반감이 생기더라도 취할 것만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는 지혜로운 태도로 내 말을 들어주기 바란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인 ‘클레멘트 코스’를 만든 얼 쇼리스는 『희망의 인문학』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여러분은 이제껏 속아왔어요. 부자들은 (사립학교와 대학교에서) 인문학을 배웁니다. 인문학은 세상과 잘 지내기 위해서, 제대로 생각할 수 있기 위해서, 그리고 외부의 어떤 ‘무력적인 힘’이 여러분에게 영향을 끼칠 때 무조건 반응하기보다는 심사숙고해서 잘 대처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공부입니다.”

 

얼 쇼리스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이유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인문고전 독서광이자 인문고전 저자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인문고전 독서로 다져진 사람들의 두뇌에서 나왔다. 이는 인문고전 독서에 정통하지 않고서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향을 알 수 없고, 부를 쌓기 위해 하는 우리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피로 학습한 적이 있다. 다름 아닌 1997년 IMF 때다. 그때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전 국민이 피땀 흘려 이룩한 한강의 기적이 한순간에 한강의 눈물로 변하는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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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지성 작가의 『인문고전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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