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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8화. 인문고전 독서교육, 이렇게 시작하라 -이지성 작가.

이뿐냉이 2010. 9. 15. 10:09

제8화. 인문고전 독서교육, 이렇게 시작하라

 

초등학교 때부터 논술학원에 등록해서 체계적으로 논술첨삭지도를 받는다. 중고등학교 때는 논술과외를 겸하기도 한다. 일부는 수백수천만원에 달하는 족집게 논술과외를 받는다. 하지만 논술 점수는 별로 좋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부분 경험하는 일이다.

논술시험 공부의 정석을 깨뜨린 사람이 있다. 단국대학교 이해명 교수다. 그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논어와 맹자를 직접 가르쳤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내내 아들에게 직접 선정한 인문고전을 읽게 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했다.

*초등학교 5~6학년: 『명심보감』, 『논어』, 맹자를 읽혔다. 한문 원전을 모두 필사하면서 외우는 방식을 취했다.

*중학교: 장자, 사마천, 호메로스, 볼테르, 에드워드 기번, 로버트 리히, 애덤 스미스, 폴 새뮤얼슨, 존 케인스, 레스터 소로, 밀턴 프리드먼 등의 저서를 번역서가 아닌 원서로 읽혔다.

*고등학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러셀, 키신저, 폴 케네디, 몽고메리, 헌팅턴, 루소, 마르크스, 프로이트, 하이젠베르크 등의 저서를 역시 원서로 읽혔다.

 

결과는 놀랍다. 이해명 교수의 아들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5회 응시한 전국논술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3회 수상했고, 2회 입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평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의 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평자가 강평에서 쓰고자 했던 내용이 이미 답안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논의되고 있어서, 평자가 더이상 첨가할 사항이 없다.” 이해명 교수는 저서 『이제는 아버지가 나서야 한다』에서 위의 사례보다 더욱 놀라운 진실을 들려준다. 그는 고백하고 있다. 자신에게는 지능지수가 같은 두 자녀가 있는데,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느라 바빠서 첫째는 평범하게 교육했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여유가 생기자 둘째에게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포함한 특별한 교육을 시켰는데, 영어 실력과 학력면에서 둘째가 첫째보다 월등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이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이 논술 천재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식이다.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학생이 알고 보니 셰익스피어를 원서로 달달 외울 정도였다느니, 서울대에 수석 합격한 학생이 삼국지를 열 번 넘게 읽었다느니 하는 따위의 이야기들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인문고전 독서교육 중에 제대로 된 것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고통스러운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의 그것은 무의미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독서의 목적이 고작해야 명문 대학 입학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목적을 대학 입학에 두지 마라. 그것은 논술학원에서나 할 일이다. 독서의 목적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두기 바란다. 그것은 아이의 두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지다. 평범한 한 아이를 세종대왕, 이순신, 정약용, 박지원, 허 준, 김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처칠, 에디슨, 아인슈타인 같은 인물로 키워내는 경지다.

 

나는 앞으로 소개할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도서목록>대로 교육시키기를 권한다. 시간은 평일 1~2시간, 휴일 3시간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인문고전 독서를 전혀 시키지 않기를 권한다. 이때는 마음껏 뛰어노는 게 최상의 공부다. 즐겁게 놀면서 공부한 아이들의 두뇌가 공부만 한 아이들의 두뇌보다 훨씬 더 발달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됐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 부모는 문학, 역사, 철학고전을 각각 10권 이상 선정해서 아이 방 책꽂이에 꽂아두어라.

 

어릴 적 내 방에는 인문고전이 쌓여 있었다. 아버지가 대단한 책 수집가였는데 자신의 방에 책을 꽂아둘 공간이 없자 내 방에 두었다. 그 책들은 10년 가까이 내 방에 있었다. 물론 나는 10대 시절에 단 한 권의 고전도 읽지 않았다. 하지만 약 100여 권에 달하는 인문고전을 매일 마주하다보니 고전이 친숙하게 느껴졌고, 언젠가는 그 책들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 친숙함과 의무감이 20대 시절의 인문고전 독서에 큰 힘이 되었음은 두말할 것 없다. 초등학교 3,4학년 때는 인문고전 저자들의 이름을 수시로 들려주면서 그들이 얼마나 독특한 삶을 살았고 또 얼마나 위대한 책을 썼는지 등에 관해서 알려주어라. 쉽게 말해서 동기부여를 해주라는 의미다. 그러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될 인문고전 독서교육에 높은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초중고생 눈높이에 맞게 쓰인 인문고전이나 인문고전을 재미있게 풀어쓴 만화책 등을 읽히는 것은 어떠냐고 묻는다. 물론 그런 책을 읽히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말하는 독서는 아니다.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변화는 단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 하루 혹은 일주일 이상의 노력을 요하는 어려운 책들을 읽음으로써 이루어진다. 즉 자신보다 몇십 배 또는 몇백 배 높은 사고 수준을 가진 천재의 정수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그래서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전통적으로 원서를 직접 읽게 한다. 그리스어로 쓰인 고전은 그리스어를 배워서 읽게 하고 라틴어로 쓰인 고전은 라틴어를 배워서 읽게 한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일반인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본질적인 의미를 놓고 말하면 중요한 것은 원서냐, 번역서냐가 아니라 고전 저자의 두뇌와 얼마만큼 제대로 만나느냐다. 안타깝게도 10대의 눈높이에 맞게 쓰인 책이나 만화책 등은 고전 독서의 본질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쉬운 독서’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가장 잘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부모나 교사가 최소한 1년 이상 5권 이상의 인문고전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제대로’ 읽으면 된다. 즉 고전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이해해보려고 매일 발버둥을 치고, 매일 30분 이상 노트에 성실히 필사하면서 두뇌가 변화되는 경험을 손톱만큼이라도 해보면 된다. 그러면 누구나 저절로 고전 독서교육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천재로 키우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고전 독서의 본질을 놓친, 안 그래도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게 기쁨이라고는 전혀 없는 기계적인 고전 독서를 강요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쯤에서, 비록 부족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공식적으로 처음 주장하고, 아이들을 상대로 직접 실시해보고, 오랜 기간 연구해온 나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도서목록’ 순서대로 읽혀라.

2. 처음에는 통독을 시켜라.

3. 두번째는 정독을 시켜라.

4. 세번째는 필사를 시켜라

5. 자신의 의견을 갖도록 하라.

6. 인문고전 연구가와 토론시켜라.

 

통독은 책을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내리 읽는 것을 뜻한다. 언뜻 생각하면 쉬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교육자가 직접 인문고전 한 권을 통독해보면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동기부여와 칭찬 그리고 보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에게 왜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어라. 아이가 인문고전에 눈길만 주어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칭찬해주어라. 아이가 인문고전을 한 권 통독할 때마다 선물을 해주거나 축하 파티를 열어주어라. 통독을 시킬 때 유의할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더라도 그냥 넘어가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통독이 정독이 된다.

 

정독은 통독보다 10배는 어렵다. 당연히 통독의 10배 이상의 동기 부여, 칭찬, 보상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자가 아이를 의식하지 않고 열정과 기쁨에 사로잡힌 인문고전 독서를 매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따라온다. 정독을 시킬 때 유의할 점은 아무리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게 하라는 것이다. 두뇌의 변화는 다름 아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에 반드시 밑줄을 긋게 하라. 필사를 위해서다.

 

필사는 책을 베껴 쓰는 것을 말한다. 원칙적으로는 책 전체를 필사시키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정독을 하면서 밑줄을 그어둔 부분만 필사해도 괜찮다. 필사는 노트로 해도 좋고 컴퓨터로 해도 좋다. 나는 통독이나 정독보다 필사가 훨씬 쉽다고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통독이나 정독을 할 땐 답답하기만 했던 머릿속이 필사를 하고 나니까 시원하게 열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사실 이런 경험은 나도 종종 했다. 그래서 나는 필사가 인문고전 독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필사는 철학고전 위주로 하기를 권하고 싶다. 문학, 역사고전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필사 교육을 가장 잘 시키는 방법도 역시 동기부여, 칭찬, 보상, 모범이다. 이 네 가지만 잘하면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 이는 모든 독서의 목적이다. 나는 통독-정독-필사를 제대로 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갖게 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때문에 교육자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절한 질문을 던져줄 필요는 있다. 이를테면 아이가 밑줄 그은 부분을 놓고 “넌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니?”라든가 “이 부분에서 무엇을 느꼈기에 밑줄을 그은 거니?”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면 좋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육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는 자신의 의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서툴기 때문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교육자는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모두 표출할 수 있도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져줄 필요가 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나는 인문고전 연구가가 아닌 사람과 인문고전 독서 토론을 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특히 초중고 학생들끼리 하는 토론은 두 손 들고 말리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두뇌의 비약적 성장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두뇌 수준이 비슷한 친구나 같은 반 아이들끼리 토론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천재의 저작을 자기네들 수준에서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벌어진다. 기껏 힘들게 한 고전 독서를 무위로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독서 토론을 꼭 하고 싶다면 인문고전 연구가와 하라고 권한다. 그래야 차원이 다른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고전 연구가들을 만나려면 그들이 주최하는 고전 강독 모임 등에 나가면 된다. 여기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고전 강독 등에 대한 정보는 뒤에서 밝히겠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이지성이 제시한 독서교육의 틀에 얽매이지 마라.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본질은 두뇌의 혁명적인 변화다. 그런데 이 변화는 내가 제시한 독서교육의 틀을 최고로 잘 따른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자의 열정과 사랑을 통해서 얻어진다. 교육자 자신이 얼마만큼 치열하게 책을 읽었는가, 교육자가 아이에게 인문고전 읽는 기쁨을 전달해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교육자가 아이를 얼마만큼 사랑으로 대했는가에 달려 있다. 즉 최고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노하우는 당신의 두뇌와 심장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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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지성 작가의 『인문고전 독서법』
글쓴이 : 인문고전 독서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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