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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6화. 천재를 만드는 교육 _ 이지성 작가.

이뿐냉이 2010. 9. 15. 10:08

 

제6화. 천재를 만드는 교육

 

 일본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음악 교육가였던 스즈키 신이치는 일종의 음악 교육 실험을 했다. 그는 교육에 참가한 부모들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하도록 했다.  

  1. 아이가 한 살이 되면 클래식 음악을 들려줄 것.

  2. 두 살 때부터는 음악 감상의 강도를 본격적으로 높일 것.

  3. 음악 감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육에 참가한 다른 아이들 또는 부모와 함께 들을 것.

  4. 부모는 클래식 악기를 배울 것.

 아이들이 자라남에 따라 음악 교육은 보다 전문적으로 진행되었고 아이들은 다들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했다.

5퍼센트는 전문 연주가의 길을 가도 될 정도의 재능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천재 음악가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소련은 각 나라의 대표적인 수학 영재들을 모아서 수학 올림피아드를 조직했다. 그리고 무려 12년 동안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특별한 교육을 시켰다. 천재 수학자를 배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소련 정부의 파격적인 후원에도 불구하고 천재 수학자는 배출되지 않았다. 

스즈키 신이치의 음악 교육과 소련의 수학 올림피아드 교육에 빠진 게 하나 있다. 인문고전 독서 천재 교육이다. 만일 이 두 교육 실험이 카를 비테 식 ‘다른 교육’의 정신과 방법으로 진행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분명히 천재가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1)카를 비테가 자신이 창안한 ‘다른 교육’을 받으면 누구라도 천재가 될 수 있다고 확언했기 때문이고 2)실제로 카를 비테 식 교육을 받은 인물들 중에 천재가 나왔기 때문이고 3)바흐, 헨델, 베토벤, 바그너 같은 천재 음악가들과 데카르트, 파스칼, 뉴턴, 라이프치히, 오일러 같은 천재 수학자들이 하나같이 인문고전 독서 천재 교육을 받았거나 인문고전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카이저스라우테른 대학교 인간생물학과 인간유전학 교수인 하인리히 창클은 크트야 베츠와 함께 쓴 저서 『신동』에서 독일에만 IQ 130 이상의 영재가 160만 명에서 320만 명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중 천재의 전 단계인 신동으로 발전하는 아이는 극소수라고 밝혔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약 7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숱한 영재들을 만났다. 약 5년 동안 근무했던 첫 발령지의 경우 언론이 ‘명문’이라는 칭호를 붙여줄 정도로 대단한 학교였는데 영어 원서를 술술 읽고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암산으로 풀어버리는 아이들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아이들이 많았다. 음악, 미술 분야에서도 전국 대회에서 연달아 수상하는 등 특별한 영재성을 보이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 중 초등학교 시절 이상의 눈부신 번뜩임을 보여주는 사람은 없다. 좀 냉정하게 말하면 나이가 들수록 평범해졌다. 참고로 말하면 내가 처음 만났던 아이들은 지금 대학교 4학년이다.

 나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생계를 해결할 목적으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마음의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교직을 생활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을 많이 탈피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진정한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같은 당시의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까지 하게 되었고, 그 결과 5권에 달하는 교육 서적을 집필하게 되었다.

 교사로서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된 초기 3년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재를 만드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았다. 나는 천재에 대해 쓰인 많은 책과 논문 등을 읽었고, 천재로 발전할 소질이 다분한 영재연구소를 다니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심층 인터뷰하기도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1)우리나라에 영재는 넘치도록 많다는 것 2)대부분의 영재는 중고등학교 때 어린 시절의 빛을 잃는다는 것 3)영재에서 천재로 넘어가는 사람은 ‘전혀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나는 하인리히 창클과 크트야 베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을 얻은 것이다.

 나는 내가 얻은 결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영재로 판별받으면 보통 영재연구소 등으로 보내져서 특별한 교육을 받게 된다. 물론 교육은 방과 후나 주말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왜 그 아이들은 특별한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두뇌의 빛을 잃게 된다는 말인가? 물론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월등한 진보를 보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밝혔듯이 아무리 많은 지식을 축적한다 한들 백과사전은 될 수 있을지언정 천재는 될 수 없다. 천재는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은 몇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좀 잔인하게 말하면 영재교육을 받는 그 숱한 아이들은 고작 몇만 원짜리 가치밖에 없는 백과사전이 되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교육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재연구소 등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다. 영재교육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영재연구소 등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참으로 대단한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아무리 많은 장비를 단다고 해서 우주왕복선이 될 수 없듯이 영재교육을 아무리 열심히 받는다고 해서 천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둘은 서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에 대한 내 의견은 이런 관점에서 들어주기 바란다. 

 

 내가 연구하고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영재교육의 한계는 천재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데 있다.

 음악 영재교육의 예를 들어보자. 대부분의 음악 영재교육은 악기 연습에 치중해 있다. 내 제자 중 한 명은 유명 음악 잡지에 인터뷰가 실릴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자랑했는데 그 아이가 받았던 교육은 학교에도 나오지 않고 집에서 매일 10시간씩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만일 그 아이가 인문고전 독서를 병행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바흐나 헨델 같은 천재 음악가들이 그랬듯이 두뇌를 지속적으로 위대한 고전에 노출시켜서 어떤 거대한 변화를 경험하고 그 놀라운 깨달음을 연주에 불어넣었다면 말이다.  

 장한나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 연주가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 뒤 전공을 음악이 아닌 철학을 선택했다. 그녀가 이런 결단을 내린 이유는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의 권유 때문이다. 그는 장한나에게 진정으로 위대한 음악가가 되려면 반드시 인문고전을 공부해야 한다며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를 추천했다. 요요마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하버드 대학교 인문학사 학부과정을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미술 영재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피카소, 로댕, 세잔, 샤갈, 마티스 등 미술의 천재치고 인문고전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학, 과학 영재교육은 나를 많이 실망시켰다.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터득하고 보다 복잡한 계산을 하고 심도 있는 실험을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무능력한 학교 교육에 비추어볼 때 그 같은 교육은 눈물 나게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그런 교육은 안타깝게도 절대로 천재를 만들어낼 수 없다. 수학과 과학의 천재들은 원리 자체를 만들거나 발견한 사람들이다. 쉽게 말해서 수학, 과학 영재교육이 천재를 배출하려면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터득하는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원리를 창조하거나 발견하는 교육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데카르트, 파스칼, 뉴턴, 라이프치히, 오일러, 가우스,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같은 수학, 과학 천재들의 공통점은 1)원리를 발견하거나 창조한 천재들이 쓴 인문고전 독서에 심취했다. 2)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거나 창조했다. 3)새로운 인문고전을 집필했다는 것이다.

 

 

 미네소타 의대 교수이자 한국 과학기술원 교수인 김대식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대의 천재들 역시 같은 길을 걸었던 것 같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석학들 중에는 역사나 철학을 외면하고 자신의 연구 분야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독특한 창의력과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머레이 겔만(Murray Gell-Mann)은 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쿼크의 존재를 발견하고 196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위대한 물리학자다. 그런데 그는 과학자로서의 인지도만큼이나 현대문학에 조예가 깊다. 특히 (현대의 고전인) 제임스 조이스 문학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어윈 슈뢰딩거(Erwin Schroedinger)도 양자역학의 창시자로서 뒤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였으나 (고대) 그리스와 인도철학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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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지성 작가의 『인문고전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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