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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화. 나의 인문고전 독서 분투기_이지성 『인문고전 독서법』

이뿐냉이 2010. 9. 15. 10:05

2화. 나의 인문고전 독서 분투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고전과 비고전. 고전은 적게는 1~2백 년 이상 많게는 1~2천 년 이상 살아남은 책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천재들의 저작이다. 이것을 한번 생각해보자. 만일 당신이 앞으로 1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들로부터 매일 2시간 이상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들보다 몇 배 뛰어난 존재가 될 것이다. 아니, 세계 최고의 두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분명 이 시대의 천재들이다. 허나 시대를 뛰어넘는 불멸의 고전을 남긴 진정한 천재들에 비교한다면 그들은 기껏해야 머리가 조금 좋은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것을 생각해보자. 만일 당신이 앞으로 10년 동안 매일 2시간 이상 위대한 고전을 남긴 진짜 천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될까?

 

나는 열아홉 살 때 처음으로 인문고전을 만났다. 당시 나는 대학에 막 합격한 상태였는데, 그런 나에게 아버지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런 책도 읽을 줄 알아야지” 하시면서 『장자』와 『순수이성비판』을 선물해주셨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제외하고는 만화책만 읽던 내가 어쩌다가 장자와 칸트를 읽을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다음날부터 그 두 책을 들고 근처 대학 도서관 열람실을 출입하기 시작했다. 『장자』는 그나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칸트가 문제였다. 정말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입학식을 치르기 전에 그 두 책을 완벽하게 떼겠다며 아버지와 약속했기에 매일 머리를 싸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내게 있어서 칸트는 안드로메다나 시리우스쯤에서 온 외계인이었다. 결국 삼분의 일도 읽지 못하고 입학식을 맞았다. 나의 인문고전 독서 1기는 그렇게 끝났다.

 

내가 다시 인문고전을 손에 든 것은 스무 살 때였다. 당시 나는 작가의 길을 걷기로 맹세를 한 터였는데, 대단한 작가가 되려면 왠지 인문고전을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십수 권의 철학고전과 수십 권의 문학고전을 연달아 독파하면서 파죽지세로 진행될 것 같았던 나의 인문고전 독서는 굉장히 엉뚱한 이유로 중단되고 말았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스물한 살이던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을 거다. 전주교대 도서관 1층 열람실에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4학년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난 그중 한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서 샤르트르의 『존재와 무』를 노트에 베껴 쓰고 있었다. 한창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눈치도 없는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다가오더니 “야, 너 뭐하냐?”라고 물었다. 나는 괜히 화들짝 놀랐고, 엉겁결에 『존재와 무』를 노트인지 가방인지로 덮어버렸다. 당시 나는 작가의 꿈을 가졌다는 이유로 동기들로부터 이상한 놈 취급을 받고 있었는데, 아무도 읽지 않는 철학 서적을 읽는 것이 발각되면 평판이 더욱 나빠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4학년 무렵 나의 평판은 ‘미친놈’으로 발전했다. 아무튼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나는 왠지 김이 빠져버렸고 더이상 인문고전을 손에 잡지 않았다. 나의 인문고전 독서 2기는 그렇게 끝났다.

 

인문고전 독서 3기는 스물여덟 살 때 시작됐다. 대학교 때와 똑같았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맹세한 몸이었고 대단한 작가가 되려면 뭔가 남다른 독서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대학교 때 그랬던 것처럼 인문고전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엇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인문고전은 천재의 두뇌 그 자체이고,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곧 천재와 대화하는 행위임을 마음으로 깨닫는 일이다.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으니 나의 독서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다. 나는 외계어나 다름없는 언어들로 무장된 고전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기 바빴다.

 

엉터리나 다름없던 나의 인문고전 독서는 스물아홉 살에 겪은 한 사건으로 인해 급격히 달라졌다. 나는 당시에 외국 자기계발 번역서를 연달아 베스트셀러로 만든 한 잘나가는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지 몇달 된 상태였다. 늦어도 여름에 출간하기로 하고 계약금까지 받았는데 9월 말이 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전화를 했더니 지금은 한 대형 출판사의 대표로 있는 편집장이 밑도 끝도 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엎어졌구나 하는 직감이 왔다. 출판 거절이야 지난 10년 동안 일상적으로 받아온 것이었기에 출판사에 대한 원망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나 자신에 대한 원망만 커질 뿐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실력이 없기에 아직까지 이 따위 취급을 받고 있단 말인가! 하는.

 

비록 하루를 온통 좌절감으로 보냈지만 다음날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나에게 부족한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를 놓고 몸이 아플 정도로 고민했다. 사실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작가란 모름지기 남다른 생각을 하는 존재이고 그게 자연스럽게 글로 표현되는 것인데 나는 너무나 평범했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모른 척했던 그 사실을 뼈가 시릴 정도로 고통스럽게 인정하자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마음가짐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비록 지금은 돌덩어리 같은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나도 천재들의 저작을 죽기 살기로 읽으면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 아니 죽기 살기로 읽어야 두뇌가 손톱만큼이라도 달라진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나는 인문고전 독서에 내 인생을 걸어보기로 결심했고, 실천에 옮겼다.

 

 

당시에 나는 책 읽기에 미쳐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평일에는 평균 1~2권, 주말이나 휴일에는 평균 5~10권의 책을 읽었을 정도였다. 그런 나였지만 인문고전 읽기는 전혀 쉽지 않았다. 동양 고전은 그마나 좀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서양 고전 특히 철학고전은 외계인의 언어 그 자체였다. 휴일에 10시간씩 파고들어도 2~3페이지 이상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전날 읽었던 내용을 모조리 까먹기 일쑤였다. 그러면 다시 시작해야 했다. 덕분에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나 『티마이오스』 같은 경우 책 한 권을 떼는 데 각각 1년 이상 걸렸다. 그래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인문고전을 읽었다. 그리고 인문고전 옆에 네 곳의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들을 쌓아놓고, 인문고전 읽기에 지칠 때마다 휴식처럼 읽었다.

 

 

그렇게 인문고전 앞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고 눈과 귀와 마음을 오직 고전 저자들의 목소리에 맞추자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실천하자 돌덩이 같던 두뇌가 정말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천재가 되지는 못했다. 인문고전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나의 두뇌는 아인슈타인의 두뇌처럼 고전을 술처럼 마시고서 기분 좋게 취할 줄 몰랐고, 비록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열정이 있긴 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고전을 원어로 읽기 위해 라틴어를 배울 정도의 열정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인문고전 독서에 목숨 걸기 전에도 나는 고전 독서의 효과를 알고 있었다. 비록 엉터리 독서였지만 책을 읽는 중에 그리고 책을 한 권씩 뗄 대마다 두뇌가 비상하게 변화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본래 돌덩어리였기 때문에 ‘비상하게 변화한다’는 수준이라고 해보았자 머리 좀 좋은 사람들 뒤따라가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나는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나의 특별한 경험을 나 혼자만 누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인문고전을 읽혔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이 내가 느꼈던 변화와 비슷한 변화를 경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나는 고전 독서의 효과를 자신할 수 있었고, 『학원과외 필요 없는 6․3․1학습법』(중앙m&b, 2003) 『성공하는 아이에게는 미래형 커리큘럼이 있다』(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여자라면 힐러리처럼』(다산북스, 2007) 같은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이로 인해 수십만 명이 인문고전 독서의 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인문고전 독서법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 등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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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지성 작가의 『인문고전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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